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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에세이

느림의 미학 (feat, 명상.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

by 라이언 Ryan :) 2020.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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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feat, 명상.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

운동을 하고 와서 샤워를 하려는데 물 나오는 게 시원찮다. 이런 사소한 일들은 빨리빨리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물살도 강력하게 나올 수 있는 샤워기로 바꿨는데 영 신통찮다. 관리사무소에서 안내방송을 해준 모양인데 집안에 스피커가 고장이 나서 들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통찮게 나오는 물살에 몸을 맡겼다.

 

보통 우리는 이렇게 반복되는 활동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음악을 틀어놓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현재에 집중하지 않는다. 의도치 않는 오늘의 이 경험은 나를 '지금' 이 순간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 됐다. 느리게 나오는 물살을 느끼며 내가 지금 현재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이 경험은 흡사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과 같다.

 

명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뭔가 큰 깨달음을 얻어야 될 거 같고 이것조차 '잘' 해야 할 것만 같은 이상한 강박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명상도 결국에는 '지금' 내가 여기에 '존재' 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깨닫는 것이다. 코로들어오는 공기, 내쉴때 코끝에서 느껴지는 바람, 주변에 작은 소음들. 이것이 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걱정, 고민 등등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몸소 깨닫는 활동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이라고 해서 꼭 앉아서 눈을 감고 자신의 감각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오늘 샤워를 하는 도중에 깨닫게 됐다.

 

지금 우리는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데 스스로의 망상에 빠져서 현재를 충실이 살고 있지 못하다면 잠깐의 숨고르기를 통해서 '지금 나는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더욱더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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